공고에 나오는 배관양중은 무거운 배관을 트럭에서 내려 설치할 자리까지 올려놓는 일입니다. 줄을 어디에 거는지, 줄 사이 각도가 왜 중요한지, 체인블록으로 한 가닥씩 올리던 방식이 바닥에서 묶어 한 번에 올리는 방식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쉽게 풀었습니다.
반도체 현장 공고를 보다 보면 배관양중팀, 파이프랙·배관 양중 같은 말이 나옵니다. 배관팀이면 배관을 잇는 사람들일 텐데, 양중팀은 따로 뭘 하는 걸까 싶으실 거예요. 배관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지름 200mm짜리 강관은 두께에 따라 1미터에 대략 30~40kg대가 나갑니다. 6미터 한 본이면 200kg 안팎이에요. 사람 손으로 들어서 천장 밑에 붙일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그래서 관을 잇는 사람과 관을 옮겨 올리는 사람을 나눕니다. 배관양중은 트럭에서 내린 배관을 건물 안으로 들이고, 설치할 자리 바로 아래까지 옮기고, 받침대 높이까지 들어 올려 얹어 놓는 일입니다. 그 뒤에 배관사가 와서 이음부를 맞추고 용접하거나 볼트를 조입니다. 양중팀이 하는 일 전반과 조공·신호수 일당은 예전 글 양중팀 조공 이야기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배관을 들 때만 생기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곧은 관 한 본이면 쉽습니다. 가운데가 곧 무게중심이니까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에 똑같이 줄을 걸면 수평으로 뜹니다. 문제는 현장에 들어오는 관이 곧은 관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가공장에서 미리 잘라 붙여 온 배관 토막을 스풀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밸브, 플랜지(관 끝의 둥근 이음 날개), 꺾인 엘보가 붙어 있습니다. 해외 줄걸이 교육 자료는 스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스풀의 무게는 관 몸통에 플랜지, 밸브, 이음쇠 무게가 다 더해진 값이고, 밸브와 이음쇠가 무게중심을 겉보기 한가운데에서 밀어낸다. 쇳덩이 밸브 하나가 한쪽 끝에 달려 있으면 무게중심은 그쪽으로 쏠립니다. 이걸 모르고 눈대중으로 가운데에 줄을 걸면, 띄우는 순간 밸브 쪽이 아래로 처지면서 관이 줄 안에서 미끄러집니다. 미국의 한 줄걸이 교육 기관이 소개한 사고 사례도 같은 얘기입니다. 줄을 세 군데에 걸었는데 무게중심 위치를 따져 보지 않아서, 두 줄이 짐을 거의 다 받고 나머지 한 줄은 힘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고 해요. 어느 줄이 짐을 받을지는 줄 개수가 아니라 무게중심 위치가 정한다는 게 그 사례의 결론입니다. 그래서 배관양중에서는 바로 올리지 않습니다. 바닥에서 한 뼘만 먼저 띄워 봅니다. 기울면 내려놓고 줄 위치를 무거운 쪽으로 옮긴 다음 다시 띄웁니다. 수평이 맞은 걸 보고 나서야 위로 올려요.
관은 둥글고 매끈해서 줄이 잘 미끄러집니다. 그래서 거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어요. 한 줄보다 두 줄입니다. 해외 줄걸이 교육 자료는 둥근 관이 줄 하나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으니, 양 끝에서 안쪽으로 들어온 자리 두 군데에 거는 방법을 권합니다. 길고 낭창거리는 관은 가운데가 처지지 않게 긴 막대(스프레더 바)에 매달아 여러 군데를 받치기도 합니다. 감아서 조입니다. 줄을 관에 한 바퀴 돌려 줄 고리에 끼우면, 들어 올릴수록 줄이 관을 조여 잡습니다. 현장에서는 이걸 조여 걸기, 초크라고 부릅니다. 미끄러지기 쉬운 관은 두 바퀴를 감기도 해요. 관 재질에 맞는 줄을 씁니다. 반도체 현장에는 속을 깨끗하게 닦은 스테인리스관, 플라스틱관, 겉에 코팅을 입힌 관이 많습니다. 이런 관에 쇠줄을 바로 감으면 겉에 흠이 나기 쉬워서, 일반적으로는 넓적한 섬유 슬링벨트를 씁니다. 줄이 플랜지 모서리나 잘린 관 끝에 닿는 자리에는 보호대를 대서 줄이 베이지 않게 합니다. 관 끝에 씌워 온 마개는 올릴 때도 빼지 않습니다. 옮기는 동안 먼지가 들어가면 깨끗하게 만들어 온 관이 소용없어지니까요.
두 줄을 하나의 훅에 모아 걸면 줄이 ㅅ자 모양이 됩니다. 이때 두 줄 사이 각도가 생각보다 중요해요. 줄이 똑바로 서 있으면 줄 한 가닥이 짐의 절반씩만 받습니다. 그런데 줄 사이가 벌어지면 줄이 짐을 드는 데 쓰는 힘 말고 옆으로 당기는 힘까지 같이 받게 됩니다.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줄 사이 30도 → 한 가닥에 짐 무게의 약 52% 줄 사이 60도 → 약 58% 줄 사이 90도 → 약 71% 줄 사이 120도 → 100% 줄 사이가 120도까지 벌어지면 줄 한 가닥이 짐 전체 무게와 같은 힘을 받습니다. 두 줄로 나눠 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한 줄씩 통째로 들고 있는 셈이에요. 천장이 낮아서 줄을 짧게 잡을수록 각도가 벌어지니, 층고가 낮은 실내에서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줄 사이 각도를 60도 안쪽으로 잡으라고 가르칩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슬링 안내서도 줄이 눕는 각도가 커질수록 허용 하중이 줄어든다고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트럭이 현장에 들어오면 먼저 크레인이나 지게차로 배관을 내려 받침목 위에 올려놓습니다. 바닥에 그냥 두면 줄을 넣을 틈이 없고 관 겉도 상하니까요. 건물 안으로 들일 때는 층마다 뚫어 둔 자재 반입구나 화물용 승강기로 올립니다. 그다음이 수평 이동입니다. 설치할 자리까지는 수십 미터, 길면 그보다 훨씬 멀어요. 이 구간을 사람이 들고 가지 않습니다. 바퀴 달린 대차나 자키에 얹어서 밀고 갑니다. 이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6미터짜리 관은 모퉁이를 돌 때 뒤쪽 끝이 크게 휩니다. 앞에서 끄는 사람은 뒤 끝이 안 보여서, 뒤에 한 사람이 붙어 끝을 봐 줍니다. 먼저 깔린 다른 배관, 덕트, 케이블 받침 사이로 지나가야 합니다. 어느 길로 갈지 미리 걸어 보고 정합니다. 대차 위에서 관이 구르지 않게 쐐기를 받치고 끈으로 묶습니다. 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중량물을 2명 이상이 취급하거나 운반할 때 일정한 신호 방법을 정해서 신호하도록 하고 있어요. 긴 관을 여럿이 옮길 때 한 사람이 구령을 맡는 게 그래서입니다.
설치할 자리 아래까지 왔으면 이제 올릴 차례입니다. 건물 안 천장 밑에는 크레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많아서, 여기서 쓰는 대표 도구가 체인블록입니다. 체인블록은 위쪽 훅을 철골 보나 전용 걸이에 걸고, 손사슬을 당기면 아래쪽 훅이 조금씩 올라오는 도구예요. 안에 든 톱니가 힘을 키워 줘서 한 사람이 수백 kg을 올릴 수 있습니다. 손잡이를 앞뒤로 젖혀서 당기는 레버블록은 관을 옆으로 조금 끌어 자리를 맞출 때 많이 씁니다. 순서는 보통 이렇습니다. 블록을 걸 자리가 그 무게를 버티는 자리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아무 받침에나 걸지 않습니다. 관 두 군데에 줄을 걸고, 블록 두 대로 양쪽을 번갈아 조금씩 올립니다. 한쪽만 먼저 올리면 관이 기울어 미끄러집니다. 받침대나 행거 높이보다 살짝 높게 올린 뒤, 천천히 내려 얹습니다. 관이 받침에 고정된 걸 확인하고 나서 줄을 풉니다. 해외 블록 제조사 안내서는 블록을 거는 지점이 그 각도에서 짐 무게 이상을 버티도록 되어 있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해외 안전 당국이 낸 사고 경보에는 짐 사슬이 꼬인 채로 쓰다가 블록 속 부품이 빠진 사례도 있어요. 쓰기 전에 사슬이 꼬이지 않았는지 한 번 훑어보는 게 그래서 기본입니다.
예전 방식은 한마디로 한 가닥씩이었습니다. 관이 올라갈 자리 밑에 비계를 짜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블록을 걸었습니다. 밑에서는 사슬을 당기고, 위에서는 올라오는 관을 손으로 잡아 방향을 틀었어요. 한 가닥을 받침에 얹으면 그 자리에서 이음부를 용접하고, 비계를 옮겨서 다음 가닥을 또 올렸습니다. 이 방식은 문제가 여럿이었습니다. 무거운 관이 떠 있는 바로 옆, 높은 곳에 사람이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한 가닥 올릴 때마다 걸고, 올리고, 풀기를 되풀이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배관, 덕트, 전기 팀이 같은 천장 밑에서 따로 올리다 보니 서로 길을 막았습니다. 국내 건설사가 2015년에 낸 반도체 공장 유틸리티 시공 특허도 현장 배관 용접에 많은 인력이 들어가 공사비와 기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옛 방식의 문제로 꼽았습니다. 지난 글 1차배관·2차배관 이야기에서 소개한 내용이에요.
요즘 큰 현장의 방향은 높은 데서 하던 일을 바닥으로 내리는 것입니다. 양중도 거기에 맞춰 바뀌었습니다. 랙째 올립니다. 철골 틀(랙)에 배관 여러 가닥을 바닥이나 공장에서 미리 얹어 한 덩어리로 만든 다음 통째로 올립니다. 2018년에 등록된 국내 특허는 배관을 얹은 랙을 설치 자리 바로 아래에서 조립하고, 리프트 장비로 수직으로 들어 올려 기둥 받침에 볼트로 고정하는 방법을 담고 있어요. 한 가닥씩 열 번 올리던 걸 한 번에 끝내는 셈입니다. 밑에서 받쳐 올리는 장비를 씁니다. 위에 걸 자리가 없어도 되는 방식이에요. 해외에서는 손잡이를 돌려 받침대를 올리는 자재 리프트가 배관과 덕트 설치에 널리 쓰이고, 고소작업대에 붙여 관을 받쳐 올리는 부속 장치도 나와 있습니다. 위에서 당기는 대신 밑에서 밀어 올리니, 매달린 짐 옆에 사람이 붙어 있을 일이 줄어듭니다. 어느 관이 어디 있는지 기록으로 따라갑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공장 설계 사례에서는 배관 토막마다 바코드를 붙여 지금 제작 중인지, 보관 중인지, 설치됐는지를 추적했다고 합니다. 양중팀한테는 오늘 올릴 덩어리가 어느 것인지, 어떤 순서로 올릴지가 미리 정해져서 온다는 뜻이에요. 작업자 입장에서 달라진 건 이렇습니다. 사슬을 당기는 횟수는 줄었지만, 한 번에 드는 덩어리가 훨씬 커졌습니다. 그만큼 올리기 전에 무게와 무게중심을 따지고, 올리는 동안 여러 장비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맞추고, 주변을 비우는 일이 더 중요해졌어요. 다만 좁은 구간이나 보수 공사에서는 지금도 체인블록으로 한 가닥씩 올리는 일이 흔합니다.
양중 사고는 대부분 떨어지거나, 맞거나, 끼이는 사고입니다. 그래서 법이 꽤 구체적으로 정해 두었어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있는 내용을 쉽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계획부터 중량물 취급 작업은 미리 작업계획서를 쓰고 그 내용을 작업자에게 알려야 하고, 작업지휘자를 정해 계획대로 지휘하게 해야 합니다. 신호 양중기를 쓰는 작업은 신호 방법을 정해서 신호해야 하고, 운전하는 사람은 그 신호를 따라야 합니다. 머리 위 금지 크레인으로 작업할 때는 미리 출입을 통제해서 매달린 짐이 작업자 머리 위로 지나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끌지 않기 크레인으로 짐을 바닥에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작업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줄과 쇠붙이 짐을 직접 받치는 달기 와이어로프와 달기 체인은 끊어지는 힘이 실제 걸리는 힘의 5배 이상, 훅과 샤클은 3배 이상이어야 합니다. 달기구에는 최대 허용 하중 표시가 붙어 있어야 하고, 찌그러지거나 금이 간 훅과 샤클은 쓰면 안 됩니다. 현장에서 하나 더 챙기는 게 유도 로프입니다. 매달린 관은 살짝만 건드려도 빙글 돕니다. 그걸 손으로 잡으려다 관과 기둥 사이에 손이 끼어요. 그래서 관 양 끝에 긴 줄을 매어 두고, 관에서 떨어진 자리에서 그 줄로 방향을 잡습니다. 해외 줄걸이 자료들도 유도 로프로 짐을 다루고 손과 몸을 끼일 자리에서 떼어 놓으라고 똑같이 권합니다.
배관양중은 공고에 여러 이름으로 나옵니다. 배관양중팀, 파이프랙 양중, 배관 운반·양중 보조 같은 식이에요. 직종 칸에는 그냥 '양중'이나 '조공'으로 적혀 있는 경우도 많으니 본문을 읽어 봐야 합니다. 10월 12일 건설UP에 올라온 공고 중에는 평택 고덕 P5에서 파이프랙과 배관 양중 작업을 할 보조공을 일급 15만원부터, 일비 3만5천원을 따로 주는 조건으로 뽑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최신 공고와 조건은 건설UP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지원할 때는 어떤 장비로 올리는 현장인지 물어보면 일이 그려집니다. 체인블록으로 한 가닥씩 올리는지, 랙째 올리는지에 따라 하루가 꽤 다르거든요.
지원 전에 확인할 것 - 체인블록으로 한 가닥씩 올리는지, 랙째 올리는지 - 직종 칸이 양중·조공이어도 본문에 배관 양중이 있는지 현장에서 기억할 것 - 바로 올리지 말고 바닥에서 한 뼘만 먼저 띄워 수평 보기 - 줄은 두 군데에, 감아서 조이는 방식으로 걸기 - 줄 사이 각도는 60도 안쪽으로 잡기 - 매달린 관은 손 대신 유도 로프로 방향 잡기 - 매달린 관 밑과 머리 위로 지나가는 길에 서지 않기 헷갈리기 쉬운 것 - 밸브·플랜지가 달린 스풀은 무게중심이 가운데가 아니다 - 줄 사이가 120도면 한 가닥이 짐 전체 무게만큼 힘을 받는다 - 달기구는 최대 허용 하중 표시가 붙은 것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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