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건설 하도급 계약에서 대금 지급보증 가입이 사실상 전면 의무화됐다. 발주자와 원청, 하청이 미리 "대금은 하청에 직접 준다"고 합의해두거나 상생결제시스템을 이용해도, 공사금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원청은 지급보증서를 끊어야 한다. 그동안은 이런 직접지급 합의만 있으면 보증 의무를 피해갈 수 있었는데, 그 구멍이 이번 개정으로 막혔다.
건설현장은 원청 밑에 1차, 2차 하청이 줄줄이 붙는 다단계 구조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업체 하나가 부도나거나 대금을 못 받으면, 그 여파가 아래로 그대로 전달된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 있는 노동자 임금이 밀리는 식이다. 지급보증은 이 사슬 중간에서 "대금을 못 받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물어준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개정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시행령은 직접지급 합의를 지급보증 면제 사유에서 아예 삭제했다. 이전에는 발주자·원청·하청 셋이 "발주자가 하청에 바로 돈을 준다"고 합의하면 원청이 보증에 가입하지 않아도 됐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노란봉투법 아니냐"는 반발도 나왔다고 한다. 이제는 1000만원 이하 소액 공사를 뺀 모든 하도급 계약에 예외가 없다. 발주자가 하청에 약속한 대금을 주지 않으면, 최종 지급 책임은 원사업자가 진다는 조항도 명확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복 위반 업체에 대한 과징금 가중 한도를 기존 50%에서 100%로 올렸다. 과거 위반 횟수와 피해를 본 하청업체 수가 많을수록 과징금이 더 무겁게 매겨진다는 뜻이다. 이 가중 한도 상향은 시행령 공포일부터 곧바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지급보증·연동제 조항 자체는 8월 11일 이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돼, 기존 계약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당장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보증 가입 부담이 늘 수 있다. 이를 의식해 건설공제조합은 보증 수수료를 최대 20%까지 할인해주는 카드를 냈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인 '하청 도산' 리스크가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법적 효력이 약한 부실 보증서가 오히려 많이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류상으로는 보증에 가입했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기관이 대금을 제대로 물어주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가 시행됐다고 곧바로 현장 관행이 바뀌는 건 아니다. 기존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보증 가입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가능성도 있다. 하도급대금 연동제(원자재값 변동을 대금에 반영하는 제도)와 맞물려 돌아가는 제도라, 앞으로 몇 달 동안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8월 11일부터 1000만원 초과 건설 하도급 계약은 지급보증 가입이 의무화된다 - 직접지급 합의나 상생결제시스템을 이용해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 발주자가 대금을 안 주면 원사업자가 최종 지급 책임을 진다 - 반복 위반 시 과징금 가중 한도가 50%에서 100%로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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