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주는 숙소에도 법이 정한 최저선이 있습니다. 침실 하나에 8명 이하, 한 사람에 2.5㎡ 이상, 주간조와 야간조는 같은 방 금지, 잠금장치와 수납공간까지. 어떤 숙소가 해당되는지와 들어가기 전에 물어볼 것을 정리했습니다.
지방 현장이나 평택·용인 쪽 공고를 보다 보면 숙소 제공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죠. 그런데 그 방을 몇 명이 같이 쓰는지까지 적어 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건설UP에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올라온 공고 63건을 세어 봤어요. 숙소를 준다고 적은 공고가 20건이었는데, 그중 방을 몇 명이 쓰는지 밝힌 곳은 5건뿐이었습니다. 다섯 곳은 전부 2인 1실이었고요. 나머지 15건은 가서 문을 열어 봐야 아는 셈입니다. 사흘치 공고만 본 숫자라 전체 현장이 다 이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숙소 제공'만으로는 방 사정을 알 수 없다는 건 분명해요. 짐 싸 들고 내려갔는데 한 방에 여럿이 누워 있으면 당황스럽죠. 이럴 때 "원래 숙소는 다 그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법에 적힌 최저선이 따로 있습니다.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100조와 그 시행령입니다. 회사가 근로자를 재우려고 두는 기숙사는 아래 두 가지 숫자를 지켜야 해요. - 침실 하나에 8명 이하가 지내는 구조일 것 (시행령 제55조) - 침실 넓이는 1인당 2.5㎡ 이상일 것 (시행령 제58조) 8명이라는 숫자는 원래 15명이었습니다. 2019년에 기준을 새로 만들 때 15명으로 정했다가, 2021년 11월에 8명으로 줄였어요. 2.5㎡는 0.76평쯤 됩니다. 싱글 매트리스 한 장 깔고 옆에 가방 하나 놓으면 끝나는 넓이예요. 8명이 꽉 차는 방이라면 침실만 20㎡, 6평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숫자는 '이 정도면 넉넉하다'가 아니라 이보다 좁으면 안 된다는 바닥선입니다.
인원과 넓이만 정해 둔 게 아닙니다. 현장 사람들이 제일 공감할 만한 조항은 이쪽이에요. 작업 시간대가 다른 사람끼리는 같은 침실을 쓰게 하면 안 됩니다. (시행령 제57조) 야간 마치고 들어와 막 잠들었는데 주간조가 새벽에 일어나 불 켜고 씻는 상황, 겪어 보신 분 많을 거예요. 법은 이걸 막으라고 적어 놨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완전히 나뉘어 서로 방해가 안 될 때만 예외예요. 같은 조항에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방을 쓰지 않게 할 것 - 감염병에 걸린 사람이 나오면 그 침실과 침구·식기, 같이 쓰는 공간을 소독할 것 설비 쪽은 시행령 제55조가 정합니다. 화장실과 세면·목욕시설, 채광과 환기 설비, 냉난방 설비나 기구,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한 설비가 있어야 해요. 한겨울에 전기장판 하나 없이 버티라는 숙소는 이 기준에 걸립니다. 자리도 가립니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곳, 침수 위험이 있는 곳, 폐기물로 오염될 우려가 큰 곳에는 기숙사를 두면 안 돼요. (시행령 제56조)
2019년에 새로 들어간 조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예요. (시행령 제58조의2) - 침실, 화장실, 목욕시설에 잠금장치를 달 것 - 개인 물건을 정리해 둘 수납공간을 갖출 것 여럿이 쓰는 숙소에서 지갑이나 공구가 없어졌다는 얘기, 한 번쯤 들어 보셨죠. 문이 안 잠기고 내 물건 넣어 둘 칸 하나 없는 숙소는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기준에 못 미치는 숙소입니다. 법 본문에도 한 줄이 있어요. 근로기준법 제98조는 사용자가 기숙사에 사는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방에서 뭘 하든, 그건 일하는 시간 밖의 내 생활이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꼭 알아 둘 게 있습니다. 이 기준은 법이 말하는 부속 기숙사에 적용돼요. 회사가 잡아 준 방이라고 전부 여기에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래전부터 기숙사를 이렇게 풀이해 왔어요. 사업을 꾸리는 데 필요해서 회사 시설의 하나로 둔 곳이고, 상당수 근로자가 묵고 있으며, 먹고 자는 생활을 함께 하는 곳. 팀원 여럿이 한 집이나 한 동에 모여 지내는 숙소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혼자 쓰는 원룸을 얻어 줬거나 모텔 방을 하나씩 잡아 준 경우는 기숙사로 보지 않을 수 있어요. 어느 쪽인지는 실제로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고 따지기 때문에, 애매하면 노동청에 물어보는 게 빠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기숙사 조항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돼요.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항 목록에는 기숙사가 빠져 있습니다. 기준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제100조를 위반한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4조) 신고나 상담은 사업장을 맡은 지방고용노동청에 하면 되고, 전화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 1350이에요. 외국인 동료가 있는 팀이라면 참고할 소식도 있습니다. 올해 6월에 공포된 외국인고용법 개정으로,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숙소는 건축물대장상 주거 용도에 맞고 이 기숙사 기준을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해요. 시행은 2027년 6월부터로 보도됐습니다.
법이 있다고 해도, 도착한 날 저녁에 따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해요. 짐 싸기 전에 묻는 겁니다. 몇 인 1실인가요. 주간조랑 야간조가 같은 방을 쓰나요. 숙소비랑 공과금은 따로 떼나요. 이 세 가지만 물어봐도 대부분 그림이 나옵니다. 앞에서 본 공고 중에는 숙소비를 월 20만원으로 적고 공과금은 따로 나눠 낸다고 밝힌 곳이 여럿 있었어요. 돈 얘기는 통화로만 듣지 말고 문자나 공고 캡처로 남겨 두세요. 도착해서는 방 사진부터 찍어 두는 게 좋습니다. 몇 명이 쓰는지, 문이 잠기는지, 난방이 되는지. 나중에 얘기가 달라졌을 때 말보다 사진이 셉니다.
바로 할 것 - 숙소 제공 공고는 지원 전에 몇 인 1실인지 묻기 - 주간조와 야간조가 같은 방을 쓰는지 묻기 - 숙소비와 공과금을 따로 떼는지 문자나 캡처로 남기기 - 도착하면 방 사진 찍어 두기 (인원, 잠금장치, 난방) 기억할 숫자 - 침실 하나에 8명 이하, 침실 넓이는 1인당 2.5㎡ 이상 - 기준을 어긴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 - 상담은 고용노동부 상담센터 1350 헷갈리기 쉬운 것 - 혼자 쓰는 원룸이나 모텔 방은 기숙사로 보지 않을 수 있음 -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됨 - 침실, 화장실, 목욕시설 잠금장치와 개인 수납공간도 기준에 들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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