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이다. 현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에 올리는 노가다, 함바, 시마이 같은 말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해 둔 우리말이 따로 있다. 그런데 같은 '노가다'를 두고도 기관마다 내놓은 답이 다르다.
노가다는 일본어 도카타(土方)에서 온 말이다. 토목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켰는데, 우리 현장에서는 힘쓰는 일 자체를 뜻하는 말로 넓어졌다.
국립국어원은 1992년 국어순화자료집에서 이 말을 '인부, 흙일꾼'으로 다듬었다. 이후 공사판 밖에서도 막일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자 '흙일꾼'을 '막일꾼'으로 바꿨다. 국립국어원 자료에 실린 다듬은 말은 (공사판) 노동자, 막일꾼, 인부 세 가지다.
다른 말도 뿌리가 비슷하다. 함바는 한바(飯場), 시마이는 시마이(仕舞い), 단도리는 단도리(段取り), 데마치는 데마치(手待ち)에서 왔다. 공구리는 콘크리트를 일본식으로 줄여 부르던 발음이 굳은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우리말은 어렵지 않다.
- 함바 → 현장 식당 - 시마이 → 마무리 - 단도리 → 채비 - 데마치 → 대기 - 구루마 → 수레 - 함마 → 망치
뜻을 알고 보면 대부분 이미 쓰고 있는 쉬운 말이다.
공공기관이 현장에 직접 들고 나온 것은 2019년이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10월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립국어원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LH는 약 2주 동안 직원과 전국 20여 개 현장 종사자 160여 명에게 물어 자주 쓰는 일본어투 용어 20개를 골랐고, 국립국어원이 이를 다듬었다. '함바'는 '현장 식당', '나라시'는 '고르기'가 됐다. 이 20개는 포스터로 만들어져 전국 LH 현장 900여 곳의 현장 식당과 안전교육장에 붙었다. 2021년 12월에는 '바른 건설언어 길잡이' 책자가 전국 400여 개 현장에 배포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2024년 1월 도로 분야 순화어 58개를 골라 행정규칙으로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바라시를 '해체', 아시바를 '작업발판', 시건을 '잠금'으로 바꾸는 내용이 들어갔다. 노가다는 '현장근로'로 정했다. 국립국어원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국토부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다듬은 셈이다.
용어를 다듬는 이유가 일본어 흔적 지우기만은 아니다. 첫 출근한 사람은 "바라시 해", "오늘 데마치야" 같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알아듣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작업에 들어가는 순간이 위험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더하다. 한국어 수업에서 배운 말은 '해체'와 '대기'인데 현장에서는 다른 말이 날아온다. 정부도 이 문제를 따로 챙기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2025년 10월 건설현장용 다국어 안전표지를 만들어 보급했다. 사고 우려가 높은 10개 유형을 골라 그림과 번역문으로 구성했고, 출입구와 식당, 휴게실, 안전교육장에 붙이도록 건설사에 안내했다. 국내 건설현장에는 고용허가제 17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근로자가 일한다.
수십 년 써 온 말이 포스터 한 장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다듬은 말이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래 말이 먼저 나온다. 다만 작업 지시와 아침 조회, 안전표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신규자나 외국인 근로자가 섞인 팀이라면 "바라시" 뒤에 "해체"를 한 번 더 붙여 말하는 것만으로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줄어든다. 못 알아들은 쪽에서도 되묻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현장 용어의 우리말 의미 알아두기 - 함바 → 현장 식당 - 시마이 → 마무리 - 단도리 → 채비 - 데마치 → 대기 - 바라시 → 해체 - 아시바 → 작업발판
신규자나 외국인 동료와 일할 때 - 작업 지시를 할 때 일본어를 먼저 말한 후 우리말로 한 번 더 설명 - "바라시(해체)해", "지금 데마치(대기)야" 식으로 붙여서 말하기 - 의사소통이 명확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 못 알아들으면 되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기
기억할 것 - 말이 안 통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 - 안전표지와 아침 조회, 안전교육은 특히 쉬운 말로 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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