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이 없는 팀장 밑에서 일하다 임금을 못 받았다면, 그 팀장에게 일을 맡긴 바로 위 건설업체가 임금을 함께 책임지게 돼 있습니다.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윗 업체를 확인하는 법과 청구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현장에서 돈 떼이는 얘기는 대개 비슷하게 시작합니다. 아는 형님 소개로 팀에 들어가서 한 달 넘게 일했는데, 기성 나오면 준다던 팀장이 어느 날부터 전화를 안 받습니다. 현장에 가 보면 팀은 이미 빠졌고요. 이럴 때 대부분은 팀장만 쫓아다닙니다. 집을 찾아가 보고, 같이 일한 사람들끼리 단톡방을 만들고, 그러다 지쳐서 포기합니다. 팀장 개인한테 돈이 없으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팀장이 건설업 등록이 없는 개인이라면, 그 팀장에게 일을 맡긴 바로 위 건설업체가 임금을 함께 책임지게 돼 있습니다. 지난달에 일당을 떼였을 때 국가가 먼저 대신 주는 간이대지급금을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그것과 다른 길입니다. 받을 상대를 한 명 더 늘리는 방법입니다.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입니다. 이름이 '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이라 건설 현장에만 있는 조항입니다. 현장의 일은 보통 여러 단계를 거쳐 내려옵니다. 원청이 전문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그 업체가 다시 팀장에게 일부를 떼어 주는 식입니다. 법은 이렇게 도급이 두 번 이상 내려간 현장에서, 건설업 등록이 없는 쪽이 자기가 데려다 쓴 사람의 임금을 못 주면 바로 위 업체가 연대해서 줄 책임이 있다고 정해 놨습니다. 여기서 '연대'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팀장한테 먼저 받아 보고 안 되면 그다음에 윗 업체로 가는 순서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팀장에게도, 윗 업체에게도 달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로 위도 등록 없는 개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팀장 위에 또 다른 팀장이 있는 식입니다. 이럴 때는 위로 올라가면서 처음 만나는 등록 건설업체를 바로 위 업체로 봅니다. 중간에 사람이 몇 명 끼어 있든, 결국 등록된 업체 한 곳은 걸리게 돼 있습니다.
윗 업체 사무실에 찾아가면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공사비는 팀장한테 이미 다 줬고, 팀장이 안 준 걸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는 겁니다. 이 말이 통하는지는 대법원이 이미 정리했습니다. 2021년 7월 8일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조항에 해당하는 윗 업체는 자기 잘못이 있는지, 아래에 대금을 줬는지와 관계없이 임금을 줄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한 건설업체가 맡은 공사 가운데 패널 공사를 등록 없는 개인에게 다시 넘겼고, 그 밑에서 일한 사람들이 임금을 못 받았습니다. 업체와 그 개인은 공사비를 더 줬느니 덜 줬느니로 따로 다투고 있었고, 검찰은 업체에 일부러 안 준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처벌을 안 받는 것과 임금을 줘야 하는 것은 따로라고 봤습니다. 윗 업체 입장에서는 돈을 두 번 내는 셈이라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보는 방향은 반대입니다. 자금 사정을 알 수 없는 무등록자에게 일을 맡긴 쪽이 그 위험도 지라는 것입니다. 일한 사람이 그 위험을 떠안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 조항이 모든 체불에 다 들어맞는 건 아닙니다. 갈리는 지점이 세 군데 있습니다. 첫째, 내게 임금을 줘야 할 쪽이 등록된 건설업체인 경우. 이 조항은 등록이 없는 쪽이 체불했을 때 쓰는 것입니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전문건설업 면허까지 가진 업체가 임금을 안 줬다면 이 조항으로는 윗 업체에 책임을 묻지 못합니다. 그때는 윗 업체에 잘못이 있는지를 따지는 다른 조항으로 가야 해서 길이 좁아집니다. 둘째, 그 현장에서 생긴 임금만 해당됩니다. 같은 팀장을 따라 여러 현장을 돌았다면, 윗 업체는 자기 공사에서 일한 날의 임금만 책임집니다. 대법원도 윗 업체가 그 자리에 들어온 뒤에 생긴 임금만 책임진다고 봤습니다. 셋째, 팀장이 사실은 업체 직원인 경우. 팀장이라고 불러도 업체에서 월급을 받는 반장일 뿐이고, 내 근로계약서와 임금 입금이 전부 업체 이름으로 돼 있다면 처음부터 그 업체가 내 사업주입니다. 이때는 연대책임까지 갈 것도 없이 업체에 바로 청구하면 됩니다. 그리고 임금은 3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언젠가 주겠지 하고 미루다가 넘기지 않도록 날짜를 세어 보세요.
막상 떼이고 나면 윗 업체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장 이름과 전화번호만 알고 일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다니는 동안 아래 것들만 봐둬도 충분합니다. 신규자 안전교육을 해준 업체, 안전모 스티커나 출입증에 적힌 업체 이름, 퇴직공제나 고용보험에 나를 신고한 업체 현장에 들어갈 때 팀장이 나를 어느 업체 소속으로 등록했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출입증과 안전모 스티커는 사진으로 한 장씩 찍어 두세요. 퇴직공제 적립내역과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에는 신고한 사업장 이름이 그대로 나옵니다. 팀장이나 업체가 건설업 등록을 했는지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의 건설업체 조회에서 상호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 안 나오면 등록이 없는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한 날짜 기록도 같이 챙겨야 합니다. 팀장이 사라지면 출역부도 같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달력에 표시한 사진, 팀장과 주고받은 문자, 일부라도 입금된 내역이 전부 근거가 됩니다.
먼저 윗 업체 현장사무실에 직접 얘기합니다. 누구 팀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했고 얼마를 못 받았는지를 적어서 가져가세요. 같은 팀에서 못 받은 사람이 여럿이면 함께 가는 편이 낫습니다. 거기서 해결이 안 되면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넣습니다. 이때 상대방을 팀장 한 사람만 적지 말고 윗 업체도 같이 적는 게 요령입니다. 어느 업체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아는 데까지 적고, 조사 과정에서 확인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고, 막히면 상담센터 1350에 먼저 물어보세요. 윗 업체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임금체불 처벌이 이달 8일부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올라갔는데, 이 연대책임을 지키지 않은 윗 업체도 같은 조항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노동청에서 체불이 확인되면 그 확인서로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하는 길도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윗 업체에 청구하는 것과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게 아니니, 급한 생활비는 그쪽으로 먼저 메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팀장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거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그 팀장에게 일을 준 업체가 어디였는지부터 떠올려 보세요.
떼였을 때 먼저 확인할 것 - 팀장이 건설업 등록이 없는 개인인지 (키스콘에서 상호로 조회) - 나를 신고한 윗 업체가 어디인지 (출입증, 안전모 스티커, 퇴직공제나 고용보험 신고 업체) - 떨어진 날로부터 3년 이내인지 증거 챙기기 - 출입증·안전모 스티커 사진 (윗 업체 이름 확인) - 팀장과의 문자·카톡 기록 - 일한 날짜를 달력에 표시한 사진 또는 메모 - 입금된 내역 청구 절차 - 현장사무실에 직접 청구 (증거와 일한 기간·금액 정리해 가기) - 윗 업체가 응하지 않으면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 - 불명확하면 상담센터 1350으로 먼저 문의 - 간이대지급금 신청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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