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에서 도로 예산이 올해보다 1조 원 넘게 줄어든다. 정부가 국회에 낸 2027년 예산안을 보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8조9천억 원으로 4% 늘었지만, 도로는 16%, 철도는 6.5% 깎였다. 숫자로는 늘었는데 길을 새로 내고 철로를 놓는 공사 몫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민자도로 건설 지원까지 합친 도로 예산은 올해 6조2,985억 원에서 내년 5조2,888억 원으로 줄어든다. 철도 예산도 8조9,496억 원에서 8조3,679억 원으로 줄어든다. 항공·공항·산업단지 쪽은 21.1%가 깎여 줄어든 폭이 가장 크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10월 19일 이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도로·철도·공항처럼 전통적인 토목 분야 예산이 올해 16조8천억 원에서 내년 14조9천억 원으로 11.4% 줄었다고 짚었다.
SOC 예산은 올해 27조7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 늘었다. 그런데 늘어난 돈의 90% 이상이 두 사업에 들어갔다. 자율주행 실증도시 예산이 618억 원에서 8,415억 원으로, 대중교통비 환급 예산이 5,580억 원에서 8,652억 원으로 늘면서 두 사업 증가분만 약 1조900억 원이다.
이 두 사업을 빼고 계산하면 SOC 예산 증가율은 0.1%에 그친다. 정부 전체 지출이 12.8% 느는 사이 나라 살림에서 SOC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서 3.5%로 내려갔다.
대신 주택 예산은 38조4천억 원에서 44조 원으로 늘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주택은 19만4천 가구에서 21만8천 가구로 늘리고, 보편형 임대주택 3만6천 가구에 6조2천억 원을 새로 넣는다. 내년에 착공하는 주거시설 PF 사업장 약 11만 가구에는 대출이자 1%포인트를 정부가 대신 내 주는 데 1,696억 원을 쓴다.
산업 쪽에서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재정지원에 1조5천억 원, 전력·용수·산업단지 기반시설에 2조1천억 원이 새로 들어간다. 다만 반도체·전력망 같은 대형 산업설비 공사는 2028년 이후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줄어든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만·수자원, 철도 시설 개량처럼 이미 있는 시설을 손보는 유지보수 투자는 늘었다. 새 길을 내는 공사는 줄고, 낡은 시설을 고치는 공사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다.
박선구 건정연 경제금융연구실장은 SOC 예산 증가분이 전통적인 건설사업보다 비건설성 사업에 몰려 예산이 늘어도 곧바로 건설 물량이 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봤다. 주요 사업이 준공 단계에 들어가는데 새로 시작하는 대형 사업은 적어, 지방 중소·전문건설업체의 물량 공백이 걱정된다는 설명이다. 도로·하천처럼 지방 공공공사로 일감을 이어 온 업체와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숫자는 정부안이고, 국회 심의를 거치며 사업별로 늘거나 줄 수 있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은 12월 2일이어서, 도로·철도 예산이 최종적으로 얼마가 될지는 그때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9.7% 줄었던 건설투자가 올해 제자리걸음을 한 뒤 내년 2.5%, 2028년 3.0% 늘 것으로 내다본다. 회복을 이끄는 쪽이 토목보다 주택과 산업시설이라면, 토목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내년은 일감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지켜봐야 하는 해가 될 수 있다.
기억할 날짜·숫자 - 내년 SOC 예산안 28조9천억 원, 올해보다 4% 증가 - 도로 6조2,985억 → 5조2,888억 원(16% 감소) - 철도 8조9,496억 → 8조3,679억 원(6.5% 감소) -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 12월 2일
확인해 둘 것 - SOC 증가분 90% 이상이 자율주행 실증도시·대중교통비 환급 - 전통 토목 예산 16조8천억 → 14조9천억 원(11.4% 감소) - 국회 심의에서 사업별 숫자가 바뀔 수 있음
나한테 달라지는 것 - 새 도로·철도 공사보다 시설 개량·유지보수 공사 비중이 커짐 - 지방 중소·전문건설업체 물량 공백 우려 - 주택 예산 44조 원, 반도체 기반 대형 공사는 2028년 이후 전망
관련 글
페이지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